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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M&A] 프로세스 관점에서 바라본 신사업 발굴

by 고한우 2023. 2. 12.

 신사업 업무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관련해서 진행해야 하는 분들을 위해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사업 발굴과 관련해서 좋은 사업을 발굴하는 것과 그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신사업 발굴 노력만큼이나 신사업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 의식, 프로세스 등에 더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최고 경영자의 직관이 지나치게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습니다. 회장님에게 훌륭한 선구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성공할 때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있어서입니다. 신사업 발굴은 직관의 영역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상식적 수준에서 잘 정리된 논리적 절차만 따르면 천재가 아니어도 괜찮은 신사업 발굴이 가능합니다.

 

 사업 아이템 발굴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결론은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과 시장 기회가 좋은 사업을 해야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시장 기회도 좋은 사업 아이템을 하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런 아이템들이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잘 못하지만 그래도 시장성이 좋은 사업을 하거나 우리가 잘할 수 있으나 시장성을 떨어지는 사업을 찾게 됩니다. 

■ 시장 트렌드에 기반한 신사업 발굴

 회사 역량과 상관없이 시장 트렌드를 보고 사업을 발굴한 사례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중요한 메시지는 3가지입니다. 

1) 시장의 연쇄 반응 방향에 대해 예측하라.

  시장 변화의 큰 트렌드가 있으면 그 트렌드 말고 그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연쇄 반응에 대해 주의 깊게 파악하라는 내용입니다. 1949년 미 서부 새크라멘토라는 곳에서 금이 발견되었는데 금을 캐겠다고 10만 명이라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습니다. 이를 골드러시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골드러시로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최초로 금을 발견해 부자가 될 줄 알았던 새크라멘토 어느 농장의 주인도 부자가 되기는커녕 금을 찾아 몰려든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등 금을 찾아 달려온 사람들 중에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질기고 오래가는 바지를 만든 제이콥 데이비스라는 사람이 돈을 벌었습니다. 지금의 리바이스라는 청바지 회사입니다. 금으로 돈 번 사람은 없지만 몰려든 사람들 덕분에 마을과 도로가 생기고 농업이 활성화되었고 캘리포니아가 미국의 정식 주로 승격이 되었습니다. 환경이 급변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 주변부에서 연쇄적으로 따라서 변하는 요소들을 잘 파악해서 사업거리를 찾아보자는 것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해양 유전 개발에 대한 것입니다. 노르웨이에서 선박회사를 운영하던 존 프레드릭센은 2000년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늘게 되자 석유 시추와 관련해 새로운 변화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당시 석유 시추는 대부분 얕은 바다에서 이루어지곤 했는데 석유 소비량이 많아지면 얕은 바다로는 부족해서 결국 깊은 바다로 석유 시추 작업이 확장될 거라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드릴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심해 시추선을 대량 발주하기 시작합니다. 놀라운 것은 그 당시는 깊은 바닷속 시추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음에도 심해 시추선을 대량 발주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에너지 소비량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자 그의 예상대로 전 세계 관심은 심해 시추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심해 시추에 관련된 장비들과 인프라는 미리 준비했던 시드릴은 변화된 시장을 독식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화장품 위탁 생산 전문업체의 포지셔닝 전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화장품 산업이 브랜드샵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화장품 제조전문 회사로 포지셔닝한 회사들이 화장품 제조사보다 더 큰돈을 벌어 드렸습니다. 한국 콜마와 코스맥스 같은 회사들이 이런 회사입니다. 이들 업체는 화장품 독자 브랜드를 내는 대신에 설비와 프로세스를 갖추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2)  산업 구조의 성장 패턴에 대해 이해하라.

 시장 트렌드를 보고 신사업을 결정할 때는 산업의 성장사이클에 따른 구조 변화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면 대개는 먼저 진입한 사람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데 시장 구조에 따라서는 먼전 진입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6년에 무료 이메일인 핫메일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1메가 디스켓 한 장에 천 원씩 하던 시절에 공짜로 2메가 저장공간을 제공하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는데 이후 무료 저장 용량을 10메가까지 올려줍니다. 그러던 상황에서 구글이 무려 1기가까지 무료로 저장 가능한 메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습니다. 당시에는 USB와 같은 외부저장장치의 용량이 64메가 했던 시절이라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에 깜짝 놀란 마이크로소프트는 저장용량을 250메가까지 올리지만 구글의 1기가를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10여 년간 투자되었던 스토리지 평균 단가가 있어서 구글을 절대 따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핫메일은 시장주도력을 잃었습니다. 이런 비슷한 케이스가 태양광 사업입니다. 태양광 산업의 거품이 꺼질 무렵 진입을 하면서 기존 업체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한화는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대 유가상승과 신재생에너지 정부지원 등에 통해 태양광 업체가 많아지지만 공급과잉으로 도산하기 시작하고 수익성이 떨어질 때 한화는 사업에 진출한 것입니다. 산업 구조는 이렇게 다양하게 변화하는데 이런 산업 구조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 방식은 생산자와 중간생산자의 수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중간 생산자가 다수일 때  이 시장은 Fragmented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대개의 시장은 Fragmented 되어 있으면 영세한 산업 구조라고 표현할 수 있고 뭉쳐서 생산자 수가 줄어들면 산업이 발전하게 됩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중간 생산 라인에 관여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많으면 시장 기회가 있다는 건데 그러면 예외 없이 투자를 받은 혁신 기업이 나타나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빅플레이어로 성장하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 택시 같은 플랫폼 회사들은 대부분 산업 구조를 바꾸면서 성장한 회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로 이미 20여 년 전에 회사를 크게 키운 기업이 있습니다. 리엔펑이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는 1906년 설립된 의류나 장난감 등의 생활용품을 제조하던 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굳이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지 않아도 원하는 물건을 다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공급업체 소싱에서 디자인, 조달, 제조, 운송 등 모든 공급망을 외주로 다 돌리고 정착 자신은 공급망을 코디네이션 하는 역할에만 집중했던 회사입니다. 본사인 홍콩에서 상품을 기획하면 디자인은 이탈리아에서 실은 파키스탄에서 단추는 중국에서 생산은 방글라데시에서 판매는 미국에서 합니다. 전 세계 40개국 3만 개의 공장에서 200만 명이 의류와 장난감 등을 생산하는데 소유한 공장은 하나도 없고 월급을 주는 재봉사도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Fragmented 산업구조를 통합하는 데에만 기업역량을 집중한 결과입니다. 

3) 다른 시장을 카피하라

 다른 나라나 다른 산업 영역에서 검증된 성공 사업 모델을 베껴 오는 것만큼 안전한 방법은 없습니다. 첫 번째는 자연 생태계입니다. 홍합 껍데기 바깥에 실처럼 솟아 나온 것이 족사입니다. 접착 특성이 있는 단백질 덩어리입니다. 40mg만 있으면 1㎠ 면적당 10kg를 고정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화학 약품으로 만든 접착제보다 접착력도 좋고 특히 인체에 면역 거부 반응이 없어 수술 부위를 접합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 물질의 단백질 특성을 분석해 유사한 접착제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자연 추출물은 그램당 7천만 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이것 말고도 도마뱀의 발을 카피해서 만든 흡착 장갑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다른 나라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와서 성공한 경우입니다. 아프리카는 10억 인구를 가지고 있어서 향후 시장 전망이 밝습니다. 코카콜라 같은 회사는 최근 10년간 13조억 원을 투자하면서 이 시장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데 소득 수준이 낮아서 실제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술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술을 마실만한 경제적 여력이 되지 못해 아주 값싸고 저렴한 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밀러 맥주를 밀러라는 제조회사는 일본의 발포 맥주에 아이디어를 얻어 아프리카 현지 특성에 맞는 저렴한 지역 맥주를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일본 맥주는 세율이 엄청나게 높다고 하는데 특히 맥주를 만들 때 맥아와 호프 비중이 50%를 넘으면 특히 세금을 높게 부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맥아와 호프 대신 쌀이나 옥수수 같은 탄수화물을 이용해 맥아와 호프 비율을 25% 이하로 떨어뜨려 세금을 대폭 낮추었는데 이런 술을 발포주라고 해서 발포주 시장이 굉장히 크게 형성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밀러는 쌀이나 옥수수 대신에 아프리카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타피오카를 이용해 맥주를 만든 것입니다. 타피오카는 우리나라 음료에도 들어가는데 찰떡처럼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재료가 바로 타피오카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수입산 원료를 30% 이상 사용하면 세금이 제조원가의 47.5% 차지하게 되어 있었는데 자국산 타피오카를 사용함으로써 재료비도 떨어뜨리고 세금도 떨어뜨려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필라이트라는 저가 맥주가 성공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내부 역량보다는 시장 트렌드에 초점을 맞추어 신사업을 개발했던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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